이미지 크게보기구치소 떠나는 李 경영권 부정 승계 관련 혐의 등에 대해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법원, 최지성·김종중도 기각
檢 “영장 재청구는 없을 것”

법원이 9일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삼성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검찰이 제기한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현재 소집 절차가 진행 중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기소 타당성 의결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날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2시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려 오후 7시쯤 종료됐다. 이후 원 부장판사는 심문을 포함해 15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검토’ 끝에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 측은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또 “법원의 판단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영장 기각 이후 “본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번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 속에서 나온 이번 법원의 판단은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7월 중순 안에는 나올 전망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영장을 재청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