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최저임금 해법 시급
외국과 단교 상황 해결도 숙제
기존 정책 확대할 가능성 높아

오는 11일 예정된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에서 재집권이 유력시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민주진보당은 선거 이후 압도적인 지지율로 기존의 정책을 더 밀어붙이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에너지, 일자리 정책 등에서는 국민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차이 총통이 안정적으로 확보한 정치적 기반과 심리적 측면에서 국정운영의 여유가 생겨 여론을 반영하는 궤도 수정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갈등현안이 차이 총통의 탈원전 노선이다. 대만은 현재 3개의 원전(원자로 6기)을 운영 중이고 제4원전 1기는 건설이 진행되다가 2014년 중단돼 있는 상황이다. 차이 정권은 지난 2016년 집권한 직후 오는 2025년까지 대만 내의 원자로 6기를 모두 폐기하기로 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수차례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제4원전 가동을 원하는 국민투표 서명자 명부를 대조한 결과, 유효 서명인 30만 명을 넘어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건설이 중단됐던 제4원전 가동 안건은 2021년 국민투표가 추진된다. 여론은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지 않다. 2018년 11월 열린 탈원전 정책 폐기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59.5%(589만5560표)가 해당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자리 정책의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대만의 지난해 9월 전체 실업률은 3.76%이지만 같은 달 청년 실업률은 12.29%에 달했다. 홍콩 경제일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올해 최저임금을 월 3만 대만달러(약 109만7400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작 확정된 최저임금은 2만3100대만달러에 그쳤다. 진보 성향의 대만 뉴스렌즈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26일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많은 젊은이가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임금은 계속 낮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현 정부 들어 월 최저임금 인상분은 3000대만달러(약 11만 원)에 달해 올해 2만3100대만달러가 될 예정이지만, 차이 총통이 “이상적”이라고 한 액수(3만 대만달러)엔 한참 못 미친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큰 반사이익을 누렸던 대만 제조업계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어부지리’를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오히려 대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이전보다 경제 환경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반중·독립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차이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외국과의 단교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당면 과제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이후 ‘물밑 외교’로 대만의 6개 수교국에 압박을 가해 단교하도록 했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15개국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차이 정권이 수교국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놓을 수 있는지가 향후 대만의 외교력을 평가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본토인들의 대만 여행을 규제하면서 줄어든 관광 수입도 고민거리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