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文 “예산법안 조속 처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이낙연(왼쪽) 국무총리와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늦어진 데다 세법 등 예산 부수 법안 22건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음이법’ ‘유찬이법’ ‘해인이법’ 등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는 어린이 안전 법안도 하루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12·16 대책’ 후폭풍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만들어”
초유의 ‘대출봉쇄’에 충격

“현금 없으면 서울집 못사나”
은행 대출창구엔 문의 빗발

초강경 단기 수요억제 정책
공급대책 없어 효과는 의문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도, 또 대출 끼고 산 집을 팔 수도 없게 만드는 이런 가격 통제가 사회주의 나라가 아니라면 가능하겠습니까.”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전날 정부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전해 들은 수요자들의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이 지역에서 40년 이상 살면서 중개업을 한 A 씨의 휴대전화는 대화 도중에도 수시로 벨이 울렸다. 이곳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이다. 투기지역의 시세 15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대출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의 고강도 정책이 가장 충격적인 모습이다. A 씨는 “고가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부분 20년 이상 구축 아파트이지만 전용면적 59㎡ 가격이 최근 9억 원대를 찍어 고객들이 이번 대출 규제에 해당되는지를 묻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9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40% 적용을 구간 차등화해 9억 원이 넘는 부분은 20%가 적용된다. 이 지역에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던 B 씨는 “어차피 매물도 없지만 정부가 공급을 묶어 두고 대출 규제나 세금만 때리면 진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집을 사라는 건지, 그냥 작은 아파트에 눌러살라는 얘기인지 속이 터진다”면서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준 것 같지만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사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대출이 막혀 질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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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당하는 은행 창구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날부터 15억 원 이상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오는 23일부터 9억 원이 넘는 아파트의 LTV 하향 조정이 시작되는 터라 대상 수요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한 시중은행 대부계 담당자는 “대출을 진행 중인 고객들이 본인들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계속 물어온다”며 “우리도 세부적 사례들에 대해 막연해, 금융당국의 지침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혼란스러움을 드러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출을 원천 봉쇄하는 정책은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방식”이라며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지난해 9·13 대책 이상의 메가톤급 충격을 시장에 주고 있지만,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투기 수요와 갭투자 억제를 위한 정부의 그간 18차례의 대책과 맥락을 같이하는 초고강도 규제 대책이긴 하지만 정책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공급 없이) 대출 규제 및 세제 강화 등의 가격 통제 조치만으론 근본적인 집값 하락이 어렵다”고 말했다. 재개발 등 단기 공급 정책을 ‘죄악시’하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잠시 혼란 상황이 있겠지만 다시 현금동원력이 있는 구매자들이 집값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불과 한 달 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을 놓고 ‘핀셋 규제’를 했으면서, 다시 지역 단위 덩어리로 추가 지정하는 정부의 정책 예측력 부재도 비난을 사고 있다.

박정민·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