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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있는 사람만 강남진입 가능
대출규제·稅인상 등 가격통제로
실수요자·1주택소유자 큰 피해
세입자에 종부세 부담 전가될듯

“역세권 등 용적률 제한 풀어야”

정부의 메가톤급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후 시장에서는 혼란과 더불어 실수요자와 1주택 소유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출 금지를 포함한 엄격한 부동산금융 규제,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등의 일련의 가격통제 조치만으로는 현재의 ‘집값 상승→부동산 규제→공급부족→거래절벽→부동산 가격 상승→세금 가중’ 악순환 고리를 깨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17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지역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구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매물절벽 상태에서 강력한 대출규제를 더할 경우 현금 동원력이 있는 구매자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송파지역 잠실주공 5단지 주변 한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최근까지 드물게 이어진 거래는 대부분 대출을 끼고 구매를 한 사람들”이라며 “이미 이곳은 전용면적 76.5㎡가 22억 원을 찍은 상태인데 앞으로는 15억 원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면 현금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 방배동에 15억 원 이상 아파트를 보유 중인 30대 직장인 2주택자 A 씨는 “내년에 방배동 집으로 들어가야 해서, 기존 낮은 가격의 아파트를 처분하고도 돈이 모자라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이 금지된다고 해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은행창구에서도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며 고객들의 문의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대부계 관계자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15억 원이 넘는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확연히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를 강화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전세 세입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투기세력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고 반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세입자, 실수요자와 은퇴한 고가 1주택 소유자 등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규제 속에 양도세 한시적 완화를 끼워 넣어 다주택자 매각 유인책을 내놨지만, 10년 보유 요건을 붙여 실효성을 떨어뜨려 놨다.

전문가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급등 피로감이 쌓였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이 없어 12·16대책이 대기 수요자의 주택 구입 의지를 꺾을 만큼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유휴 토지가 없는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세권과 도로 주변 토지의 용적률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김순환·박세영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