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않지만 입학제도 유지”
일단 대학측의 손 들어줘
5년간 끌어오다 판결내놔
소송냈던 단체 “즉각 항소”

아시아계 유권자는 4.7%

미국 법원이 5년간 끌어온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학생 입학차별 논란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일단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대학 측 승리에 아시아계 학생을 대변해 소송을 냈던 비영리단체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데다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가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논란은 더 확산할 전망이다.

1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의 엘리슨 버로우스 판사는 이날 비영리단체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연합(SSFA)’이 하버드대가 입학정책을 통해 의도적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해왔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근거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시험점수 외 인종,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자 우대)’ 정책이 성적 높은 아시아계 학생들을 떨어뜨리는 ‘아시안 페널티’로 이어졌다는 주장에 선을 그은 판결이다. 그는 130장 분량의 결정문을 통해 하버드대의 입학정책이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단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기준을 충족한 훌륭한 제도를 폐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6년 대학이 입학생을 뽑을 때 인종을 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SSFA는 2014년 지난 2000년 이후 하버드대 입학전형에서 탈락한 아시아계 지원자 자료를 분석, 제출하면서 어퍼머티브 액션 때문에 시험점수가 더 낮은 아프리카계, 라틴계 학생들이 입학허가를 받은 데 비해 아시아계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버드대가 주관적 판단 가능성이 큰 인성 부분에서 아시아계에 낮은 점수를 줘 이들이 신입생의 20%가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SSFA를 이끄는 에드워드 블룸은 선고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법원이 차별적 입학정책에 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보스턴 순회 항소법원과 필요하다면 대법원까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하버드대 측은 인종은 여러 고려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조직적 차별은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AP통신은 2013년 하버드대 내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학업성적만 고려할 경우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43%에 이를 수 있지만 실제로는 19%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버드대는 해당 보고서가 단지 연구용이었으며 부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했다고 해명했다. WP에 따르면 올 가을학기 하버드대에 입학허가를 받은 1950명 중 아시아계는 25.4%였고 아프리카계와 라틴계는 각각 14.8%, 12.4%였다.

이번 판결은 인종을 입학정책의 주요 요소로 고려했던 다른 명문대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SFA 측은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도 아시아계 입학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예일대도 아시아계 입학생을 차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법무부와 교육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어퍼머티브 액션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 대선에서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은 대선 캐스팅보트가 될 아시아계 유권자 표심을 겨냥해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입장을 적극 밝히고 있다. 비영리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내년 미 대선에서 아시아계 유권자 비율은 전체의 4.7%다.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몇몇 대학에서 시행하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맞서 분투해왔다”며 법무부도 지난해 하버드대의 입학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서를 냈다고 지적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