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타격 유무’ 논란

당국 “안정적… 올 6% 무난”
외신 “이미 성장모멘텀 잃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탄탄한 내수 시장이 받쳐주고 있어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6%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자신했다. 한편에서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지난 4월 중국의 생산·소비 등 각종 지표가 추락해 ‘더블 딥(회복기에 접어들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이 나타났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외신 등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 상향 조치로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의 조치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중국 경제는 외부 리스크(위험)를 막아낼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76%를 차지한 내수가 핵심적인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며 “올 1분기도 예상보다 높은 6.4% 성장하는 등 중국 경제는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높은 6.3%로 전망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 관변 연구소와 학자들도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경제는 6%대 성장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연구 기관들과 외신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4월 중국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3월(8.5%)보다 크게 후퇴했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2003년 5월(4.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3월 6.3%에서 4월에는 6.1%로 뒷걸음질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 이전에 이미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WSJ는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발언을 인용해 “최근 지표는 중국 경제가 더블 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의 약발이 다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의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전체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6%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