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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ICT비상사태’ 선포

상무부, 화웨이-70개 계열사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5G 차세대 통신 ‘기술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정보통신기술(ICT)과 서비스 공급망 보호를 목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상무부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면서 미·중 무역 전쟁 전선이 기술 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겨냥한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을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강경 조치는 머지 않은 장래에 중국에 ‘ICT 패권’을 넘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ICT·서비스 공급망 보호’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상무부 장관에게 미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통신망에 첩보나 사보타주 위협을 가하는 외부 적대 세력의 통신 기술과 연관된 거래를 차단할 권한을 부여했다.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나 기업 이름은 없었으나 곧이어 발표된 상무부 거래 제한 기업 명단을 통해 중국 통신 기업인 화웨이가 타깃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상무부는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면서 화웨이가 “미국 국가안보나 대외정책 이익에 반대되는 활동에 연루됐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기업 기밀을 절취한 혐의 등으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그동안 연방정부에 국한됐던 화웨이 기술 이용 금지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5세대(5G) 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연방정부의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 기술 이용을 금지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을 도울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수권법안 통과 이후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에도 화웨이를 5G 사업에 참여시킬 경우 현재와 같은 정보 협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하며 화웨이 배제를 요구해왔다. 이를 뿌리치고 동맹국들이 공공 부문에서는 화웨이 참여를 제한하면서도 민간 부문에서는 참여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이번 조치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행정명령과 거래 제한을 통해 선제적으로 민간기업까지 화웨이 금지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유럽 내 동맹국들에 화웨이 금지를 설득하는 행정부의 노력에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