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전망

“美, WTO 대신할 새체제 추진
中불신… 협상 장기화 불가피”

“中, 美제외 글로벌화 전략 등
‘갈등 장기화’ 대응전략 마련”

미·중 무역전쟁은 미·중 관계 재조정의 신호탄이며 설사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타협한다고 해도 미·중 기술 주도권 경쟁과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3일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애써 가꿔 온 다자자유무역 체제 안에서 중국과의 갈등 해소를 포기하고 전면적 양자 관계로 돌파하기로 작정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타협하더라도 휴전일 뿐 종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미국은 이제 와서 중국의 고속도로 진입(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후회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더 많은 경찰과 순찰차를 투입하는 것으로는 중국의 난폭 주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들에만 진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은 처음 미·중 무역 갈등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두 나라가 지금까지 많이 겪어왔던 일상적인 티격태격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후 미국의 강공 안에 담긴 미국의 분노, 불안, 이데올로기 등을 이해하게 됐다”며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위시한 미·중 갈등이 중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짜내고 있다”고 밝혔다. 가령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화’ 전략이 대표적으로 미국을 빼고 글로벌화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이후 점검해 나가려 할 것”이라며 “그만큼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강하며 협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전망과 평가도 맞서고 있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은 중국이 근본적인 수준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