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충분한 여지”자신감
美 합의이행사항 법제화 요구
中에 대한 주권침해로 인식도

중국이 미국의 초강경 압박에도 ‘원칙’과 ‘핵심이익’을 내세우며 강하게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무역합의 이행사항을 법제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주권 침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더라도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홍콩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협상 중 관세를 추가 인상하고 향후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중국은 협상 지속을 주장하면서도 강력한 반발로 맞서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1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칙 문제들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런민르바오도 11일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극한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원칙 문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국의 핵심 관심사와 핵심이익도 거론했다. 핵심이익은 미국이 기술이전 강요와 사이버 절취 등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법제화’를 의미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률에 대한 제정과 개정 등은 국가 주권사항인데 외국이 이를 간섭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대미 협상팀의 법제화 양보안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며 핵심이익 수호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민르바오는 무역협상 합의문의 균형을 요구하면서 “표현 방식은 국내 민중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국가 주권과 존엄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합의 강제이행안을 두고 “19세기 서구 열강이 부과한 종류의 불공정한 조약”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중국 경제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인식도 완강히 버티는 이유로 해석된다. 류 부총리는 중국 경제에 대해 지난해 경기가 바닥을 지나 올해 상승주기에 진입했다면서 “대단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중국의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을 다룰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