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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창수 세종硏 수석연구위원

“일본내 반한 여론 역대최악
신뢰회복의 단초 마련해야”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쁩니다.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가 갑자기 눈 녹듯 풀릴 수는 없지만,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이 한·일 관계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진창수(사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의 대일 감정이 최악이었을 때는 1974년 재일동포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당시였는데, 일본의 대(對)한 감정이 가장 안 좋을 때는 ‘레이와 시대’ 개막을 맞은 현재 시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진 위원은 “레이와 시대 개막으로 일본은 현재 축제 분위기지만, 한국에 대한 국민적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한 상태”라면서 현지 분위기도 전했다.

진 위원은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1차적 책임은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일본 국민은 한국 대법원이 국가 간 조약을 무력화하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이 일본을 완전히 ‘물’로 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 위원은 일본 내 여론을 감안하면 오는 6월 말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려도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진 위원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문재인 정부가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선전포고’를 하거나,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타협’을 하거나 양단간에 정치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처럼 사법부 판단이라는 설명만 내놓고 한·일 관계를 사실상 방치하면 양국 간 신뢰는 더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지적이다.

진 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과 과거사 사죄를 일본에 요구한다면, 한·일 관계 악화와 일본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있겠지만 양국 국민도 선택에 따른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설정을 위해선 현재와 같은 ‘방치’보다는 ‘선택의 길’을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