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국민행복·세계평화” 언급
아키히토 즉위식때와 차이

20여명의 왕실관계자 참석
언론, 왕비 이동까지 생중계

0시 직후 첫 혼인신고 폭주
들뜬 日국민들 축제 분위기

1일 일본의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알리는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의 즉위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본 언론들도 즉위식 이후 행사에 참석하는 마사코(雅子·56) 왕비의 이동 경로까지 쫓아가면서 생중계할 만큼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고쿄(皇居·일왕 거처)에서 열린 니루히토 일왕 즉위식 의례는 일왕의 작은아버지 마사히토(正仁·84)와 동생 후미히토(文仁·54) 등 왕실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즉위식은 나루히토 일왕이 왕실 관계자들이 도열해 있는 영빈관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일왕이 자리를 잡자 왕실 관계자들은 보자기에 싸인 ‘삼종의 신기’와 함께 국왕의 도장인 옥새를 들고 나왔다. 이후 나루히토 일왕은 ‘삼종의 신기’와 옥새를 확인하고 정식으로 즉위했다. ‘삼종의 신기’는 일왕을 상징하는 검과 거울, 굽은 구슬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검은색 연미복을 입고 나왔으며, 나루히토 일왕은 고쿄 내부에서 치러진 의식 중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후 오전 11시 10분부터 마사코 왕비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및 내각 장관 등 국민 대표 128명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조현의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상황 폐하께서 제시한 상징적인 모습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강조했던 평화헌법 수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는 전날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이 1989년 1월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아베 총리의 최대 숙원 중 하나가 개헌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즉위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즉위 축하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축하 일정의 테마는 새 일왕이 즉위 뒤 첫 발언에서 밝힌 대로 ‘국민과 함께’다. 당장 나루히토 일왕은 오는 4일 황궁 베란다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행사를 할 예정이다. 일본 정치권도 새로운 레이와 시대 개막을 맞아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여당인 자민당은 논평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개막하는 기쁨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앞으로도 평화로운 일본을 지켜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0시를 앞두고 도쿄 시부야(澁谷) 교차로와 오사카(大阪) 도톤보리(道頓堀)강 등 전국 각지의 랜드마크에선 ‘카운트다운’ 행사를 하고 레이와 시대 출발을 축하했다. 도쿄 메이지진구(明治神宮) 등 주요 신사(神社)에는 오전부터 참배객들이 몰렸으며, 주요 도시 시청에도 레이와 시대 첫날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하려는 국민들이 쇄도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철순·김선영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