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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혈맹관계 자신감 표현
김정은 새해 첫 행보 중국행
외교·경제 협력 전격 논의

美北정상회담 가시권 오자
시진핑과 비핵화 해법 협의
제재완화 상응조치 美 압박

“정상회담 앞두고 연대 강화”
美·日 언론들 일제히 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회담에 앞서 강고한 북·중 연대를 과시하고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8일 중국 및 북한 관영 언론은 7일 밤 특별열차를 타고 북·중 국경을 넘은 김 위원장이 오는 10일까지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신속히 확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북한 답방이 예상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새해 첫 외교 행보로 지난해 세 차례 방문한 중국을 다시 전격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나 긴박하게 논의하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과거 김 위원장의 1∼3차 방중에서는 귀국 후나 베이징(北京) 도착 이후에 방중 사실을 공식 발표한 것과 다르게 이번 4차 방중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중 국경을 통과하고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방중 사실을 발표했다. 그만큼 북·중 관계가 강고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과 베이징,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과 구체적인 동선에 촉각을 기울였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중의 가장 큰 목적은 미·북 간 대화 국면에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사전 입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때 시 주석과 확인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비핵화 해법’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초 북·중·러 3국 외무차관급 회의에서 대표들은 “비핵화는 단계적이며 동시적 방법으로 전진돼야 하며, 북한의 실천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때에 제재 조절 과정을 가동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 적극 추진’을 내세우며 중국의 공식 참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시 주석과 이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의 ‘방중 선물’ 차원에서 경제 협력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무역전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미국을 의식해 북한 문제에 다소 소극적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번에 김 위원장에게 방북을 요청한 것은 무역전쟁과 북한 문제는 별개라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북·중 밀착을 강하게 경계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을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수사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무역전쟁 지렛대로 북핵 문제를 쓰고 있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끼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세 차례 방문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다시 중국을 찾았는데 이는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며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진화되는 가운데 나온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미·북 정상회담에 동석했던 이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이번 방중에 합류했다”며 “이번 방중은 북·중 교류보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AFP·로이터 등 유럽에 본사를 둔 통신사들도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조만간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