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사안 자의적 해석”
바른 “순서 틀려… 소통 필요”
민주 “정치권 대국적 협조를”

정부가 23일 국무회의에서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야당은 “평양 선언의 기초인 판문점 선언 동의가 처리되지 않았는데 비준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법제처가 10·4 선언에는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했다가 껍데기에 해당하는 판문점 선언은 비준 동의의 대상이라고 하고, 그 부속 선언인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 합의서는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입장에서 하는 것이냐”며 “국가 안위의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유권해석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1월 초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1차 회의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말로는 협치를 외치면서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평양 선언과 군사 합의서는 철도·도로 연결, 감시초소(GP) 철수 등 막대한 예산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수적인 사안”이라며 “국민 혈세가 필요한 것이 자명한 두 합의서에 대해 정당한 절차인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판문점 선언은 국회 비준을 요구한 상태에서 더 구체적인 후속 합의 성격인 평양 선언은 직접 비준한다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국회로 떠밀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비준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불필요한 정쟁에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 달라고 다짜고짜 들이밀지 말고 야당과의 소통 및 협력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평양 공동선언과 관련해 남북 간 철도, 도로, 산림 분야에서 실무접촉이 계속되고 있다”며 “유엔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에선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취한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대국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