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북 산림협력 남측 대표단이 22일 오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회담을 마친 뒤 북측 대표단의 배웅을 받으며 남북사무소를 떠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평양선언 비준’ 의미·과제

판문점선언 국회계류중인데
‘이행합의’ 먼저 시행 모순

군사합의서 내부논란 많아
韓美 불협화음 더 키울수도

대북정책 ‘불가역화’ 의도
“컨센서스 없는 일방적 조치”

23일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9·19 평양 공동선언’을 심의·의결해 비준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불가역 상태’로 대못 박기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평양 공동선언의 대전제 격인 ‘4·27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이행 합의 성격의 평양 공동선언을 우선 비준 처리하는 것은 선후 관계가 뒤바뀌었다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또 이날 국무회의에 함께 상정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미국 측의 이견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안보 우려를 이유로 한 반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조치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평양 공동선언을 심의·의결한 것은 법제처의 해석 즉, ‘평양 공동선언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성격이 강한데, 판문점 선언이 이미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평양 공동선언은 따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판문점 선언은 아직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마치지 않았고 여야가 극명한 대립 상태를 보이고 있어 이런 가운데 평양 공동선언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문점 선언은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에 대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남과 북은 금년 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는 하위 범주의 합의가 먼저 발효, 시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는 이 같은 모순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는 데 정무 기능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에 대한 정부 당국의 불분명한 예산 추계와 야당 내에서도 적게는 수십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여까지에 이르는 이행비용 추산으로 인해 판문점 선언의 무난한 비준 동의 가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평양 공동선언의 비준 절차를 판문점 선언의 절차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국무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단에 의해 평양 공동선언이 발효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판문점 선언은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 내지는 초석에 해당하는 것이니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평양 공동선언은 후속 합의이니 국회 비준 동의 없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군사분야 합의서를 심의·의결한 것도 성급한 조치였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추진할 때 미국 측이 이런 합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는 점과 이런 불만이 아직 미국 조야에 남아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또 국내에서도 접경지역 공중정찰, 해상훈련 포기로 인해 대북 안보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 불협화음 해소와 국내 여론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군사분야 합의서가 발효되면 그 파장과 논란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