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조명균 장관 취재하는 기자들 남북 고위급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앞줄 오른쪽 세 번째)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리는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南北고위급회담 취재불허 파장

당초 4개언론사 풀기자단 예정
김명성기자 빠져 3개社만 취재

金, 2002년 입국 - 2013년 입사
“이등국민 취급하니 마음 아파”

통일부가 15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에 출입기자단을 대표해 취재할 예정이었던 탈북민 출신인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것은 남북 화해 국면을 의식해 지나치게 북한의 눈치를 살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통일부는 북한이 사전에 탈북자 출신의 남측 언론인 취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돼 지나친 대북 저자세 논란과 함께 일종의 자체 검열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는 당초 취재단에 포함됐던 김 기자가 자리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회담 대표단과 취재단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하기 직전 “조선일보 다른 기자로 교체하지 않으면 통일부는 김 기자를 풀 취재단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당초 4개 언론사가 고위급회담 풀 취재단으로 꾸려졌으나, 김 기자가 배제되면서 3개 사만 취재를 떠났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 기자의 취재 배제 이유와 관련해 이날 오전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하기 직전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 고위급회담의 여러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향후 탈북자 출신 기자는 북한 취재가 계속 안 되느냐는 질문에는 “미리 가정해 말씀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탈북자 출신 언론인의 남북 회담 취재를 스스로 가로막았다면 이는 북측에 대한 눈치 보기와 대북 저자세의 전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탈북 뒤 2002년 입국했고 2013년에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전문가들은 “김 기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6년, 기자로서 5년을 지냈고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풀 취재단에 포함됐다”면서 “이런 언론인을 대북 취재에서 배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주권국가 정부로서의 역할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기자는 통일부 조치에 대해 “탈북민들이 어렵게 대한민국에 와 사회에 정착하려고 애쓰는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이등 국민 취급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로 향후 탈북민 지위 및 처우를 둘러싼 논란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이 한국 입국 뒤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받았는데, 이번 사례가 적용되면 8월 말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3만992명도 유사한 부당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중국 북한 식당에서 집단 탈출한 뒤 입국한 북한 여종업원들도 한국 국적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에서야 뒤늦게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바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