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전문가들 ‘불평등 합의’ 지적
北, 장사정포 등 육상훈련 가능
南은 K-9 등 정상적 훈련 못해

평양에서의 남북 군사합의서 채택에 따른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 완충 수역 설정은 ‘전쟁 도발 위협 제거’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NLL 무력화’, 나아가 ‘수도권 방어망의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남측에만 안보의 취약성을 안겨줄 수 있는 불평등합의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은 남측 영토인 서해 5도에 매우 위협적인 장사정포와 지대함미사일(CDCM) 훈련을 육상에서 마음껏 할 수 있는 반면, 남측의 백령도·연평부대 해병대는 K-9 자주포와 스파이크 미사일 등의 실사격훈련이 제한돼 발이 꽁꽁 묶이게 됐다. 특히 남측으로서는 NLL에서 80여㎞ 떨어진 덕적도까지 해상기동훈련 및 사격훈련 제한지역으로 설정되는 바람에 평택2함대사령부의 함정 지원 등 군사대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의 장사정포와 지대함미사일 등 핵심전력은 육지에 배치돼 훈련 등에 영향이 없는 반면 NLL과 수도권 서쪽을 지키는 우리 해병대와 해·공군의 합동작전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며 “NLL이 사실상 무력화되면 수도권 방어망이 완전히 뚫리고 인천공항 등이 상시적 불안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북이 서해안에 설치한 76·100·122㎜ 해안포는 우리 함정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 해군의 우선 타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낡은 전력”이라며 “그보다 실크웜 등 지대함미사일과 지난 2011년 연평도를 포격한 4군단 소속 방사포 장사정포가 위협적인데 이들은 육상에서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군 작전사령관을 지낸 한 예비역 제독은 “작전 환경이 다른 후방 지역에서 K-9 등을 훈련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해무, 바람, 습도가 많고 가시거리가 짧은 서해5도의 전장 환경에 맞게 사격 훈련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이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장병들이 양산되면 정상적인 전력 발휘를 못 할 정도로 발이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