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2일 오후 의정부경전철 경기도북부청사역에서 승객들이 승하차를 하고 있다.

기존 사업시행자에 패소 땐
투자사업비로 2000억 줘야

市 ‘지방채 발행지급’ 서 변경
대체사업자에게 받아 갚기로

대체사업자엔 年이자 57억씩
23년간 1320억 지불할 계획

“민간에 돈 빌려 이전 빚 상환
부채제로 위한것 아니냐” 의혹

경기 의정부시가 파산이 결정된 의정부경전철 대체사업자 선정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 협상을 진행하는 등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으나 파산에 따른 실시협약 해지 시 지급금 2000억 원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시는 기존 사업시행자가 제기한 해지 시 지급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지급금 2000억 원을 지방채 발행 대신 대체사업자로부터 받은 민간 투자비(민간자본 조달금) 2000억 원으로 지불할 계획이어서 또 다른 부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경우 시가 대체사업자에게 민간투자비에 대한 이자 1320억 원을 23년 동안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경전철 사업시행자 파산으로 대체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근 의정부경전철 민간투자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하고 7개 신청업체 가운데 민간투자비 2000억 원에 대한 조달금리 2.87%를 제시한 우진산전-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시는 이 컨소시엄과 지난 2일부터 4차례 협상을 진행하며 세부 운영계획과 자금조달 능력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기한인 9월 말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공고나 차순위 협상자와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검토와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빨라야 연말에 대체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시는 해지 시 지급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이 민간투자비 2000억 원을 사용해 해지 시 지급금을 상환하고 대신 매년 이자 57억4000만 원씩 23년 동안 1320억 원을 새로운 대체사업자에게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방채를 발행해 해지 시 지급금을 상환하지 않더라도 시가 민간투자비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채 돌려막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대체사업자가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조달하는 민간투자비 2000억 원은 기존 사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해지 시 지급금으로 민간으로부터 빚을 얻어 이전 빚을 갚는 셈이다. 민간투자비 조달금리 2.87%가 낮다 하더라도 최소비용 보전(MCC)조건 때문에 고스란히 시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시는 해지 시 지급금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실시협약을 민법상 계약으로 인정해 1500억∼2000억 원을 기존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시가 소송결과에 따라 갚아야 할 지급금을 지방채 발행 대신 민간투자비를 조달해 막는다고 해서 부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관계자도 “약정금 청구 소송사건의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지자체 재무회계 운영규정상 우발채무로 정의하고 있다”고 답변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해지 시 지급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시가 계획을 바꿔 대체사업자 선정 방식을 선택한 것은 부채 제로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안병용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전철사업자의 파산을 기정사실화하고 해지 시 지급금 2000억 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리 2∼3%의 지방채를 3년 거치 5년 상환하거나 원리금을 8년 분할 상환하면 시의 재정운영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시장이 지난해 9월 시가 기존에 발행한 지방채를 모두 상환하고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고 선언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경전철 파산 관련 비용은 실제 지방채 발행까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빚을 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안 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당시에도 예비후보 홍보물을 통해 “사업자 파산에도 불구, 긴급관리 및 운영위탁을 통해 부채 없이 (경전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등 정상화했다”고 내세우기도 했다. 현재 의정부경전철은 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인천교통공사에 긴급운영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됨으로써 시민들이 이를 이용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위탁기간을 내년 9월 말까지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의정부경전철은 올 들어 3∼6월 하루평균 이용객이 4만555명을 돌파하는 등 승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시가 운영할인보조금에 운영비 부족분까지 지원하면서 연간 적자도 60억 원에서 70억∼8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앞서 2012년 7월 민간투자 사업으로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4년6개월만인 지난해 1월 3600억 원대의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해 5월 사업시행자의 파산을 선고했고 파산관재인이 해지 시 지급금 2148억 원을 청구했으나 시가 이를 거부하자 지급금(약정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 = 글·사진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