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역 인근 택시정류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자료사진
- ‘위기의 택시’ 돌파구 찾기 (上)
택시기사 27만명 생존권 위기
버스·지하철 대중교통도 타격
카카오의 교통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하반기 ‘카풀(차량 동승)’ 서비스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에서 자가용 카풀 영업을 허용할 경우 택시 운행실적의 약 59%가 잠식되고 약 27만 명에 달하는 택시기사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버스와 지하철 등도 카풀 영업으로 영업손실을 겪어 운행횟수 감축 및 노선폐지, 국민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등 대중교통 시스템 운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카풀업체에서 운전자 200만 명을 모집해 정부 권고대로 운전자 1인당 하루 최대 2회 운행에 80%를 가동할 경우 택시 하루 총운행실적(538만 건)의 약 59%가 잠식된다. 이로 인해 1일 약 178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지역 택시기사의 한 달 순수입은 약 160만 원 수준(서울노동권익센터 자료)에 불과한데 카풀 사업이 정식으로 허용되면 이마저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카풀업체에선 운전자 1인당 하루 최대 2회 운행제한에 문제가 있다며 하루 운행제한을 최소 5회 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를 ‘불법 자가용 영업’으로 규정하고 서비스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이양덕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풀제도는 본래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대회 개최로 도심지 교통혼잡 완화를 위해 추진된 것인데 카풀업체가 법을 악용해 자가용으로 영업하려 한다”며 “택시 총량제에 따라 전국적으로 5만 대 감차가 필요하다고 산정해 놓고 ‘24시간 카풀’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엇박자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상운송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규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카풀업체는 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선택 근무제가 확대돼 출·퇴근 시간을 특정할 수 없는 만큼, 24시간 허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풀 운행 가능 시간을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승객의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풀 운전자의 경우 면허제가 아니어서 성범죄자 등 범법자가 채용될 수 있고,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상운송에 대해서는 대인·대물 배상을 보상하지 않고 있어 교통사고로 인한 분쟁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승차공유 확대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이 줄어들게 되면 운행횟수 감축 및 노선폐지, 대중교통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결국 국민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택시의 고질적인 ‘승차거부’가 카풀업체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꼽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택시 승차거부 문제를 풀기 위해 대중교통 시스템을 흔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도로교통팀 연구위원은 “승차거부 문제는 ‘1차 경고’로 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1차 영업정지’로 처벌수위를 높이면 해결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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