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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상법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논란 끝에 30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복지부는 코드를 도입하되 경영 참여는 배제하자고 한 데 반해, 노동·시민사회 위원들은 경영 참여 명시를 요구해 왔다. 일단 경영 참여 주주권 전면 도입은 보류했지만, 기금운영위 의결에 따라 제한적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타협안에 합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고객인 연금가입자나 펀드가입자들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투자 대상기업의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지침이다.

고객(가입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제고에 필요한 지침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수익률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그 규모가 635조 원을 넘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서 국내 상장사의 평균 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이 지분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순간 이 코드는 수익률 제고보다는 정부가 사영(私營)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오히려 정부가 국민연금에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 자체를 보면 이러한 견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위원장이 연기금의 최종 관리운용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여기에 추가로 차관 4인과 대통령이 임명한 국민연금공단이사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나머지 위원 역시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며, 이 중 전문가는 2인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9대 때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어서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영 참여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측은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비재무적 위험(ESG)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기업의 사외이사나 감사를 선임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사회·구조를 뜻하는 ESG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투자 대상기업에 대한 ESG 평가 역시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헌신하는 스튜어드(집사)가 아니라 국내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통제하는 절대자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경영 참여 사항을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배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도 ‘연금사회주의’나 ‘경영간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듯하다.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 대표위원들의 주장대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경영 참여 문구가 포함될 경우, 위헌(違憲) 가능성까지 짚인다. 수익률 제고 이외의 다른 목적이 개입하는 순간 국민의 삶 자체가 공익이라는 추상적 가치 때문에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선 급한 것은 다른 선진국들처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들을 투자전문가들로만 구성되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