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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전국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진보 진영 출신이 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리고 12개 시·도에서는 현직 교육감이 재선 또는 삼선에 성공했다. 전교조 집행부 출신도 2014년 선거 당시 8명에서 이번엔 10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선 진보 진영의 혁신학교, 무상급식, 탈(脫)자율형 사립학교 등의 공약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나, 다른 한편으론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검증보다는 국가적이고 정치적인 현안과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이 영향을 크게 미친 깜깜이 선거 탓으로 보기도 한다.

전교조에서는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갈망이 모아져 진보 교육정책이 전국적인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이제 앞으로 4년 동안 교육자치단체를 이끌어갈 교육감 당선인들에게 차분하게 지방교육정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 투표한 것으로 유권자의 역할을 다한 게 아니다. 이들이 공약한 좋은 정책들이 현장에서 착근되고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지방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지역 주민이 직접 뽑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92년까지는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1992년에 교육위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7년에는 학교운영위원과 교원단체에서, 2000년에는 학교운영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이 됐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 이후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지방분권 수준, 시·도와 시·도 교육청 간의 역할 및 재정 부담 등 산적한 문제는 차치하고, 이번 교육감 당선인들에게 다음 3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진정한 지방분권화의 하나로, 교육부만 바라보기보다는 지역 주민에게 다가가는 교육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은 남의 일이 아니라, 지방교육의 뿌리가 되는 가장 중요한 정책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장애우를 비롯한 학교 안과 밖의 청소년 대책 또한 당연히 교육감들이 알뜰하게 챙겨야 하는 영역이다.

둘째, 낙선자의 공약에서도 필요한 사업이 있을 수 있다. 교육자치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어 정당 기반이 아닌 만큼 해당 시·도의 좋은 교육을 위해 균형 있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념적 대결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해 더 도움이 되고, 투자 효과가 있는지, 실현 가능성이 큰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육에서 수월성과 형평성, 교육 복지의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슬기로운 조합의 문제인 만큼, 합리적인 토론과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더 열린 마음으로 정책을 펴 나가기 바란다.

셋째,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법치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학교 울타리 안 교육 과정, 사회의 다른 분야와 절연된 교육정책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체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인공으로 키워야 한다.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에서는 가능한 한 인성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하며 창의력의 씨앗에서 싹이 움트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미래의 꿈나무들이 보고 배우게 되는 학교 선생님의 행동과 말씀은 올곧아야 하고, 나아가 시·도 교육감의 정책 설계와 집행은 법을 중시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언행을 종이에 물 젖듯이 백지 상태에서 흡수하므로 법치와 시민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