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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미·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상황에서 지난주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지난 17∼18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미·중 무역협상 후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자국 지식재산권 보호 관행을 개선하고,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유의미하게’ 증대시키며, 미·중은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초 미국은 기존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무역 제재에다가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 2000억 달러 감축, 관세 부과(중국산 1500억 달러 수입품),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 제재,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제조 2025’ 수정 요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중국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중국이 미국에 줄 것이 많으며,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더 강한 조치로 응수할 것임을 밝히곤 했다.

그런데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미국이 휴전을 선택한 것이다. 타결 직후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전문가는 구체적 내용 없이 콩 팔아 대중 무역수지 개선하겠다는 것이 공동선언문의 핵심이라고 비꼬며 미·중 모두 패자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번 미·중 간 무역 마찰은 정치적 봉합으로 일시적으로 조용하겠지만, 언제든 재연(再燃)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는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미흡, 첨단산업 보조금 등을 시정하기 위해 무역 보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 간 협상 타결에 대해 추가적인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정말 미국이 무역전쟁을 회피하고자 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로 선수를 쳤을 것인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산 부품 사용 금지 조치로 파산 위기로까지 몰아갔던 ZTE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무역협상을 앞두고 슬그머니 ZTE 제재 완화를 시사한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그룹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에 중국 국영기업의 투자 참여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게 독설을 퍼붓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두둔하고 나선 배경이 뭘까.

중국에 대한 강경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2차 협상에서 제외시킨 이유도 궁금하다. 통상협상은 주로 무역대표부가 담당하고 수석대표를 맡는데, 이번에는 재무장관이 협상을 주도했다. 중국에 환율 조정 투명성을 요구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으나, 협상 결과에는 중국의 환율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 또, 지난 4월 우리나라가 미국과 타결한 통상 협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양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환율 투명성 조치까지 받아냈다. 공식 서명을 미·북 정상회담과 연계시키기로 했고, 통상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무역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대중(對中) 압박에서 협력 관계로 돌아선 배경에는 전망이 불투명해진 미·북 정상회담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대중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에 따라 미·중 통상 마찰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미·중 통상 마찰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만큼 우리 통상 당국과 수출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