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北정상회담 보도 안해
비핵화 논의과정 어려울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제의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이 4∼5월에 잇따라 열리지만 북한 매체는 관련 보도를 일절 내놓지 않고, 미국의 대북제재와 주한미군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화 국면에서 일찍 패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전술적 판단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논의 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12일에도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 등 모든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이나,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5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바로 삭제한 것이 유일하다.

북한 매체들은 오히려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을 비난하는 기존의 논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북 인권 모략소동’이라는 기사에서 “이것은 우리의 존엄에 대한 또 하나의 정치적 도발이고 현 북남 대화 국면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죄악”이라며 “남조선 통일부가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열을 올리며 불순한 흉계를 실현해보려고 설쳐대고 있는 것이야말로 자기 제도를 생활로, 생명으로 간주하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온갖 재앙을 불러오는 화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은 남조선 인민들의 생명안전을 극심하게 위협하는 제일 가는 우환거리, 뻔뻔스러운 강도배들”이라고 주한미군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대화 국면은 문재인 정부가 중매해서 이뤄진 것인 만큼 북한은 최대한 패를 안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신중하게 가야 판이 깨졌을 경우에도 자기 책임을 최대한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