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對北특사 사례

2003년엔 北과 사전조율 안돼
김정일 못만난 채‘빈손귀국’도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남북 정상회담 성사나 남북관계·북핵 문제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북측과 제대로 된 사전 조율 없이 대북 특사를 파견했다가 남북 관계 경색을 불러오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당시 성사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은 대북 특사 파견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북 분단 이후 첫 정상 간 만남이었던 당시 회담의 물밑 작업에서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움직였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3~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비공개로 세 차례 접촉해 판을 짰다. 이후 5월 임 전 원장이 김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 등을 위한 공식적인 준비에 나섰다. 이 같은 남북 접촉은 그해 6월 1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15일 남북공동선언 채택으로 연결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6자회담이 1년간 공전하던 2005년 6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특사로 파견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200만㎾ 대북송전 제안 등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다. 북한은 한 달 뒤 6자회담에 복귀했고 그해 9월에는 북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특사 파견이 남북 관계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 사례도 있다. 김대중 정부는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던 2003년 1월 29~31일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를 또다시 대북특사로 파견했다. 임 특보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계한 이종석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차장(대통령직인수위원) 등과 함께 공군 3호기를 이용,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전 북한과 제대로 조율을 거치지 않은 탓에 특사단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을 벌이면서 남북관계는 급랭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