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특사 파견 모멘텀 유지”
남북대화 이어가기에 무게

美 ‘환영한다’는 논평 없이
불가역적 비핵화 원칙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결정에 대해 한·미 간에는 “빛 샐 틈이 없는” 공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대북 특사 파견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식의 논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CVID)’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내놓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결정에 동참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일본과 매우 밀접하게 협의·공조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즉답하지 않았다. 이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유사한 질문에 “한·미 사이에는 빛 샐 틈이 없으며,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는 비핵화가 목표여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샌더스 대변인이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라고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발표한 자료에서도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목표하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CVID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비핵화를 미·북 대화의 입구에 두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2단계 로드맵인 핵 동결 입구론·비핵화 출구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 한·미 정상은 통화에서도 다소 인식차를 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 발표 자료에서는 한·미 정상이 CVID에 대해 “언급했다(noted)”고 돼 있는데, 통상 외교가에서 이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정도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 남북대화 진전 사항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했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발표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각각 발표하는 과정에서 강조하는 내용, 표현상의 차이 등은 다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