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윤정(오른쪽)이 남편 브렛 로넨 씨와 함께 22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열린 강릉하키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韓 아이스하키 대표 박윤정

美 아이스하키대표 동생 응원
캐나다 제치고 우승하자 감격
입양돼 쌍둥이처럼 자라
“잘해 준 동생 자랑스럽다”

언니와 동생의 성적표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에 한국대표팀으로 출전한 언니 박윤정(26·대한아이스하키협회)은 5전 전패로 최하위, 미국대표팀으로 출전한 동생 한나 브랜트(25)는 우승. 하지만 동생의 우승은 곧 언니의 금메달이었다. 한나가 우승의 기쁨을 언니와만 누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결승전이 열린 21일 강릉하키센터. 박윤정은 관중석에 앉아 한나를 응원했다. 둘은 피부색이 다르지만 자매다. 박윤정은 1992년 한국에서 태어났고 생후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레고리(63)-로빈 브랜트(61) 부부는 입양을 추진하던 중 한나를 임신한 걸 알게 됐지만, 입양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매는 쌍둥이처럼 자랐고 춤, 피겨스케이팅, 체조, 그리고 아이스하키를 함께 익히며 성장했다. 박윤정의 미국 이름은 마리사 브랜트.

박윤정은 한국대표팀을 선택했고, 한나가 미국대표팀으로 발탁되면서 둘은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한국은 예선에서 B조, 미국은 A에 속해 자매대결은 피할 수 있었다.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 멤버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친 박윤정은 동생의 마지막 경기를 남편(브렛 로넨·26), 부모, 그리고 한국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지켜보면서 동생의 승리를 기원했다. 박윤정은 또 결승전 직전 인스타그램에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내 동생, 행운을 빈다. 금메달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응원 문구를 올렸다.

한나는 결승전을 포함한 5경기에서 20명 중 8번째로 긴 출전 시간(90분 49초)을 소화하며 1골, 1어시스트를 챙겨 미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박윤정은 “동생이 금메달을 획득해 매우 흥분되고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나는 “지금 이 기쁨은 언니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강릉 = 글·사진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