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前 부회장

공공고용·최저임금 등 쓴소리
‘경총 패싱’ 논란 불러온 장본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차기 회장 선임 무산 사태 끝에 물러난 김영배(62·사진) 경총 상임부회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쓴소리를 던져 그동안 정부, 노동계에는 ‘눈엣가시’로 인식돼 왔다는 게 재계의 정설이다.

23일 경총 및 경제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22일 경총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이 무산되고 사상 초유의 회장·상임부회장 동시 공백 상황이 빚어진 것은 김 상임부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을 새로 꾸려진 전형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가운데 부회장단 16명 중 김 상임부회장만 재추대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용퇴시켰다. 2004년 2월 경총 부회장에 선임된 이후 1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김 상임부회장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정부 일자리정책을 정면 비판한 이후부터 교체설에 시달렸다. 그는 “세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임시방편적 처방에 불과하고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공개 질책했다. 정부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줄줄이 김 상임부회장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고, 이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논의 과정에서 경총이 배제되는 이른바 ‘경총 패싱(passing·배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김 상임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하며 다시 쓴소리를 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너무 오랫동안 상임부회장 자리를 맡아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각종 고용노동정책과 관련해 기업 입장을 대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던 김 상임부회장이 물러난 만큼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