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안팎 우려 커져

정부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passing·배제)’에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지도부 공백 사태로 재계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창구’가 사실상 마비됐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엇박자가 빚어져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3일 “경제단체 중 순수 민간단체인 전경련과 경총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국가 경제 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재계와 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대변해 올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두 단체가 현 정부 들어 무력화되다시피 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꽁꽁 막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면서 기업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자칫 국가 경제와 기반인 기업에 큰 부담과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권과 기업 간의 소통 채널에는 일찌감치 ‘적신호’가 켜진 채 방치되고 있다. 전경련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경총은 이번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기에 앞서 ‘청와대 질타’를 받아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기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경제와 산업 현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추가 인상 및 산입 범위 조정·휴일근로 중복할증·파견근로자 직접고용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재계 소통 창구 마비는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일수록 정부가 민간 경제단체의 역할을 존중하는데 우리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가 기업과 소통을 외면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