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경영자총협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희(왼쪽 세 번째) 대구경총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9회 경총 정기총회에서 회장 선임이 무산되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文 캠프서 주요역할했던 의원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접촉
“손경식 CJ 회장이 적임” 당부
‘박상희 내정’ 보도에 다시 연락
총회참석 압박 朴카드 무산시켜

해당 의원 “개입한 사실 없다”

차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진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의 핵심 국회의원이 차기 경총 회장과 상임부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 정부가 그동안 ‘정치’와 ‘경제’의 철저한 분리와 적폐청산을 강하게 내세워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중순 더불어민주당 소속 H 의원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22일 경총 정기총회에서 임기 만료된 박병원 회장의 후임으로 재계 원로인 손경식 CJ 회장이 선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 의원은 노조와의 협상 등 경총 실무를 책임지는 상임부회장으로는 김영배 상임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뜻은 CJ 측에도 전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H 의원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캠프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핵심의원으로 꼽히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뜻은 정부의 의지를 H 의원이 대신 전달하는 것으로 주요 그룹들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총 정기총회를 하루 앞둔 21일 중소업계 출신인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이 차기 경총 회장으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언론 등에 보도되자 H 의원은 또 긴급히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 부회장이 직접 경총 정기총회에 참석해 ‘박상희 카드’가 우리 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21일 밤늦게까지 H 의원이 주요 그룹에 부회장의 직접 참석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희 회장은 2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총 회장에 선임되면 김 상임부회장을 연임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 실제로 22일 열렸던 경총 정기총회에는 이례적으로 주요 그룹 부회장들이 모두 참석해 ‘박상희 카드’를 무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H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 대관업무를 하는 선배가 얼마 전 CJ 측 인사를 데리고 찾아와 ‘경총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 손경식 CJ 회장을 밀어달라’고 부탁해 ‘알았다’고 말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H 의원은 “선배 체면을 생각해 의례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며 경총 회장 선임과 관련해 다른 그룹 관계자를 만나거나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남석·박효목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