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마그너스(왼쪽)와 김은호가 21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팀스프린트 프리 경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 크로스컨트리 대표 김마그너스 - 김은호

팀스프린트 프리 준결승 13위
은호 “기량 떨어져 마그에 미안”
마그너스 “최선 다한 형 멋있어”

친형제처럼 각별한 애정 나눠
“우린 아직 어리고 계속 성장중
4년뒤 베이징서 ‘큰 일’ 낼것”

우리도 ‘팀 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의 히트 ‘상품’은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 김은정(28), 김영미(27), 김선영(25), 김경애(24), 김초희(22·이상 경북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은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예선 1위로 4강에 진출했고, 특히 모두 김 씨 성이다. 또 다른 ‘팀 킴’이 있다. 한국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대표팀은 김마그너스(20·부산스키협회)와 김은호(22·단국대)뿐이다. 김마그너스와 김은호는 21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팀스프린트 프리 준결승 1조에서 17분 56초 71로 14개팀 중 13위에 그쳤다. 팀스프린트는 2명이 1.25㎞ 코스를 3번씩, 총 6바퀴를 도는 종목.

레이스를 마친 김마그너스와 김은호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팀 킴은 초반부터 선두권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후반부엔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뒤졌다. 하지만 김은호는 결승선을 통과하며 오른쪽 다리를 쭉 뻗었다. 김은호는 “형이 동생 마그보다 기량이 떨어져 마그에게 미안했다”면서 “하위권이고 준결승 통과가 좌절됐지만 0.01초라도 기록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한국 국적을 택한 귀화선수.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프린트 클래식에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에이스인 셈. 김은호는 김마그너스를 ‘마그’로, 김마그너스는 김은호를 ‘형님’으로 부른다. 김은호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마그가 벌어놓은 거리를 다 깎아 먹었다”고 말하자, 김마그너스는 “힘들었지만 형님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화답했다.

김은호와 김마그너스는 친형제 못지않은 각별한 애정을 나누고 있다. 선수촌에서 쉴 때도, 경기장에서 훈련할 때도 찰거머리처럼 붙어 다니며 서로를 알뜰히 챙긴다. 둘은 그러나 선수촌에서 떨어져 잔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와 일본 전지훈련 때문에 8일 입촌했고, 김은호는 1일 입촌했다. 하지만 기상하자마자 서로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건 이제 습관이 됐다. 팀스프린트를 앞두고는 바통 터치부터 경기 중 의사소통 방법까지 철저하게 ‘합’을 맞췄다. 김은호는 “사실 터치는 몸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되는데, 마그는 항상 내 등을 힘껏 밀어준다”며 “마치 ‘형님, 힘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움직이게 된다”고 귀띔했다. 김마그너스는 “은호 형님은 언제나 묵묵히 훈련하는 모범적인 선수”라며 “힘들 땐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은호와 김마그너스는 “우리는 아직 어리고, 여전히 성장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은호는 “3관왕을 차지한 노르웨이의 요하너스 후스플로트 클라에보가 부러우면서도 그를 꼭 따라잡겠다는 오기가 생겼다”며 “마그와 힘을 합쳐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선 앞서서 결승선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김마그너스는 “은호 형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가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베이징올림픽에선 크로스컨트리스키가 조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글·사진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1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팀스프린트 프리 준결승 1조에서 김마그너스(오른쪽·부산스키협회)가 김은호(단국대)와 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