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박종철 기일에 권력기관 개편안 발표하는 조국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으로부터 독립 대책 없고
비대화된 경찰 비리방지책 無
국회 패싱…입법화 과정 험난

청와대가 발표한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3개 권력기관 개혁안에 대해 △정권으로부터 권력기관 독립성 확보 △대공수사 부실화 및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대책 △입법화를 위한 대국회 소통 등이 빠진 3무(無)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도를 의심하면서 관련 법안 논의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15일 “권력기관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청와대가 쥐고 있는 인사권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관 간의 견제를 통한 균형도 필요하지만,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날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권력기관 인사권 제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혁안에서 경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고, 대공 수사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에 대해 정보와 수사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지만, 사이버전 등 북한의 대남 공작이 다양화되는 상황 등을 애써 외면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소통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너무 서두르고 여당과도 조율이 안 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스스로도 “새롭게 창안하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의 내용을 굳이 이 시점에 발표할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여권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개헌, 적폐청산 등과 함께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개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까 민정수석이라는 자도 대통령을 본받고 있다”며 “국회를 패싱하면서 사법개혁과 개헌에만 ‘올인’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