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국정원 성과들 언급 없이
“국민 지지·관심이 개혁 동력”

권력기관 개혁안 브리핑으로 부임 이후 두 번째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조국 민정수석의 발표 키워드는 ‘박종철’ ‘촛불’ ‘적폐’였다. 이와 관련, 권력기관의 공과나 수사권 조정 등 엄중하고 예민한 사안에 대해 전체를 조망하지 못한 채 특정 부분만 부각하거나 냉철하고 철저한 분석과 대책 마련보다는 감성적 접근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수석은 지난 14일 브리핑 서두를 박종철 열사 이야기로 시작했다. 기자회견 전체를 통틀어서 박종철이라는 이름은 세 차례 등장한다. 조 수석은 박 열사의 고교 1년 선배로 형법학자로 진로를 택하는 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기관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이한열 최루탄 사망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현재 권력기관 개혁의 직접적 명분이 되기 어려운 과거 사건을 꺼내 들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있었던 시위 농민 사망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수석은 브리핑에서 촛불 시민혁명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 수석은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촛불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은 개혁의 주체이자 동력”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없이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쉽게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해 개혁안 발표가 아니라 대국민 호소문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조 수석은 “모든 개혁안의 전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기관의 과거사 청산”이라며 권력기관 개혁도 적폐 청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각 수사기관의 능력과 여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심회 간첩 사건,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 수사 등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성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례 등도 브리핑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경찰 수사 역량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