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박종철 기일에 권력기관 개편안 발표하는 조국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靑 주도 ‘적폐청산 지속’ 강조
野 “失政논란 사전차단 노린듯”

청와대가 기존 여권에서 거론되던 수준의 권력기관 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데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집권 2년 차에도 청와대 주도의 적폐청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주류다.

여당의 한 의원은 15일 “국회에서는 일부러 중점 추진 법안이라는 말도 안 쓰고 조용히 주요 법안을 처리해 나가려고 하는데 청와대가 직접 나설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야당이 더 크게 반발하고 앞으로 국회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충분한 소통이 없는 상태에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대공수사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법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관련 당정협의에 참여한 것도 청와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안 발표에 대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이를 제대로 설명하고 개혁안이 반드시 결실을 봐야 한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만 논의를 맡겨 놓아 지난해처럼 관련법 처리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 직후에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공수처 찬성 여론조사 결과 등을 언급해 야당을 압박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가운데 지방선거까지 권력기관 개혁안 처리를 청와대가 강하게 주장하면서 지방선거 이슈도 청와대가 주도하는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3월 이후 청와대가 개헌안 검토에 착수하고, 권력기관 개편을 위한 적폐청산과 추가 조치가 단행되면 청와대가 선거의 핵심 이슈와 흐름을 사실상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실정론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적폐청산 관련 주요 사건 연내 마무리를 언급했던 가운데 청와대가 권력기관 적폐청산을 다시 강조하면서 해당 기관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별로 진행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이나 관련 수사가 해가 바뀌었다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