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해 있던 남아공서 돌아와
親北노선 줄고 中영향 커질듯

짐바브웨의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군부의 37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축출에 따라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됐다.

22일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무가베 퇴진에 따른 권력 공백을 메울 새 지도자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음난가그와는 오는 24일 수도 하라레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한다. 그는 도피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용기를 타고 출발해 이날 오후 하라레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지난 6일 무가베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던 음난가그와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이웃 국가인 남아공에 도피해 있었다.

무가베 집권 시절 난폭하고 빈틈없는 태도로 ‘악어’란 별명을 지닌 음난가그와는 2018년 9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전까지 임시 국가지도자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ZANU-PF는 이달 중순 무가베의 당대표직을 박탈하고 나서 음난가그와를 새 대표로 이미 추대한 상태다. 그는 군부와 집권당의 지지 아래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무가베의 사임으로 북한은 아프리카 내 맹방 중 한 곳을 잃게 됐다. 짐바브웨와 북한 간 우호 관계는 무가베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정서 또는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짐바브웨 최대 투자국인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부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틴 치웬가 군부 수장이 쿠데타 직전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부와 만난 점에 주목해 중국이 쿠데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더욱이 음난가그와는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도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