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도 넘은 反트럼프 운동 ‘NO트럼프 공동행동’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온라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위쪽 사진). 공동행동에 참여한 민주노총은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선전물을 내려받는 링크를 게시했고(가운데), ‘방미트럼프 탄핵 청년원정단’은 지난 4일 유튜브에 ‘노 트럼프 존(zone)’을 선포하는 캠페인 동영상을 올렸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유튜브 캡처

민주노총, 트럼프 조롱사진 합성
방탄청년단, 유튜브에 탄핵노래

“北선전물과 다를 바 없는 수준”
“北核 위기 속 國益 저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7∼8일)을 하루 앞둔 6일 반미 성향 단체들이 ‘사이버 반트럼프 운동’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No_trump(노트럼프)’ 해시태그를 붙인 글을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리자고 제안했다. 방한 이틀 동안 서울 도심 곳곳에서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100여 건의 집회·시위가 연달아 열릴 예정이라 경찰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트럼프 방한 반대 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NO(노)트럼프 공동행동’에 속한 민주노총은 10월 30일부터 오는 8일까지를 ‘#노트럼프 사전 공동 실천 기간’으로 정하고, ‘노트럼프’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릴 수 있는 그림 등을 다운로드하도록 권유했다. 민주노총이 선전물로 제작해 게시한 파일 중에는 엉덩이 모양의 트럼프 대통령 얼굴을 실로 꿰매놓았거나, 방귀를 그려 넣는가 하면 불이 붙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소리치는 사진에 “Trump, stop your gab(트럼프, 입 닥쳐)”이라는 속어를 써넣어 합성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심지어 ‘방미트럼프 탄핵 청년원정단’(방탄청년단)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Impeach Style(탄핵스타일)’로 패러디하면서 가사를 ‘늙다리 미치광이’ 등으로 바꿔 부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방탄청년단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운동을 벌이겠다며 지난달 25일 출국했다가 미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볼 수 있는 SNS에까지 일사불란하게 영어로 트럼프 반대 해시태그를 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인들의 반감을 유도하기 위한 국제 선전전이나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벌써 ‘이럴 바엔 미군을 철수하자’는 의견이 호응을 얻고 있다. 다수 외신 사이트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 기사에는 “우리도 미군을 빼자. 북한이랑 잘 놀아봐라” “그들(한국)이 스스로 방어하게 해라. 왜 우리가 여전히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나”라는 댓글에 공감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사이버 반미 운동에 대한 국내 시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직장인 A(48) 씨는 “북핵 위기 속 한·미 공조에 균열을 가져오고 국가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그림과 문구는 북한 선전물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대학생 B(28) 씨는 “한국 진보는 의식이나 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호응받지 못할 일에만 기운을 쓴다”고 꼬집었다. 방탄청년단의 페이스북 페이지 평가에는 별점 1점과 함께 “미국이 자기 나라 민주주의 법으로 뽑은 대통령을 왜 우리가 탄핵하라 마라 하냐” “탄핵 수출? 그게 자랑이냐?” 등 비난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을 비롯해 한국진보연대,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등 2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노트럼프 공동행동은 7∼8일을 전국 집중투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청와대와 국회, 트럼프 대통령 숙소 등을 오가며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6일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앞에서 경찰의 집회 금지·제한통고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반면 북한인민해방전선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합법적인 의사 표현은 보호하되 경호 및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김수민·김현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