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되자 자성남(오른쪽)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총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총회서 초강경 대북경고

‘惡’‘불량정권’‘자살임무’…
거친 단어 총동원 강력 비판

사전조율 거친 美의 작심발언
군사옵션 실행 가능 강력 시사

北 외교관 일부만 연설 들어
각국 대사 예상외 강도에 당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 “북한 완전 파괴” 등 강경한 발언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불량 정권(rogue regime)’이라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북한의 자성남 유엔 주재 대사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시작 전에 자리를 떴고, 또 다른 ‘불량 정권’인 이란·베네수엘라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극한의 수사를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핵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유엔총회 연설 중반에 ‘불량 정권’을 언급하면서 북한을 집중 비판하자 좌중의 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41분에 걸친 연설 도중 나온 박수가 5차례에 불과할 정도였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발언을 할 때 총회장에 있던 각국 외교관들이 매우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 등에 대해 ‘사악한(wicked)’ ‘악(evil)’ 등 도덕적 기준의 단어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지난 6월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지 6일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를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북한에 납치된 당시 13세의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사례도 거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장한 부패한 독재정권”,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독재 통치를 지속할 경우 추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전 조율을 거쳤다는 점에서 작심한 발언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이며, 현재는 대북 압박·제재에 방점을 둔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된다면 군사적 해법에 나설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북한에 던졌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대북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고 있는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북한의 자성남 대사는 대북 강경 발언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전에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일부 북한 외교관들이 남아서 고개를 숙인 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만이 카메라에 간간이 잡혔다. 현재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있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오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또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파렴치하고 무지한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제 정치의 새로운 히틀러인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맞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