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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임금 리스크

최저임금 1만원까지 오르면
부담액 81조5259억 늘어나

통상임금 확대 비용 증가에
GDP 5년간 32조 감소 예상

노동생산성 경쟁력 없는데
근로시간단축 등 부담가중만
“해외 생산밖에 탈출구 없어”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로 인한 경쟁국 대비 높은 생산비에도 가까스로 버텨온 국내 제조업에 올 들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천문학적 노동비용 증가를 가져오는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산업 현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제조업 생산 부담 증가를 가져오는 정책은 줄을 잇지만, 노동 유연성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대책은 없어 향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내몰리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이나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일부 대규모 장치 산업을 제외하고 자동차, 조선, 섬유, 통신기기, 가전 등 국내 주력 제조업 대부분은 생산성, 유연성 등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지만 2000년대 이후 생산성 향상 속도를 웃도는 인건비 상승으로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연평균 노동생산성(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은 4.7%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 임금상승률은 경쟁국들을 한참 웃도는 5.0%를 기록했다.

실례로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평균 연봉은 지속적 임금 상승으로 2016년 기준 9213만 원에 달해 토요타(9104만 원), 폭스바겐(8040만 원) 등보다 높다. 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져 현대차 국내공장의 경우 2015년 기준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이 26.8시간으로 효율성이 토요타(24.1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 등에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으로 가뜩이나 부담이 큰 노동비용이 내년부터 훨씬 더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급증한 7530원으로 결정돼 역대 최대인 462만 명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고 중소중견기업과 자영업 등의 부담액이 1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계획대로 2020년 최저임금이 1만 원까지 오르면 부담액은 81조5259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통상임금 확대도 관련 기업 및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다. 지난 8월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임금 소송 중인 종업원 450명 이상 중견·대기업 25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패소 시 추가 비용 부담 추정액이 8조3673억 원에 달했다. 노동비용 증가는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져 5년간 32조6784억 원의 GDP 감소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 역시 엎친 데 덮친 격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현실에서 기업들은 초과근로를 활용해 산출량을 조절해왔으나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대폭 줄어들 경우 막대한 추가 비용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추가 부담액이 1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늘리는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담을 덜어줄 노동시장 개혁이나 생산성 향상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다. 경제계는 현재 확정 또는 진행 중인 각종 노동정책이 결국 일자리 감소와 노동시장 양극화, 중소기업 줄도산 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외는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경쟁을 벌이는데 국내 상황은 정반대”라며 “가뜩이나 국내 생산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인건비 증가를 가져오는 정책이 계속 쏟아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해외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박준우·유현진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