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 문화유산은 미래를 보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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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문화재청장

‘밀정’ ‘암살’ ‘동주’ ‘박열’ 그리고 최근의 ‘군함도’까지,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영화에 관객이 몰린 것은 영화의 완성도를 비롯해 여러 흥행 요소가 있다. 그중에는 과거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일본 감옥에서 숨을 거둔 청년 윤동주의 삶이나, ‘묻으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고 역사의 순리다’라는 영화 ‘박열’ 속 대사를 만나면, 우리는 고난의 일제강점기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군함도에 끌려가 고통스러운 노역을 하면서 “살아남는 게 이기는 것”이라며 이 악물고 버틴 우리 선조들, 그들의 삶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픈 역사다. 그것은 개인의 아픔이기도 하지만 식민지 역사를 써야 했던 우리 조국의 참혹한 기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과거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곳곳에 남아 있다. 고난의 세월을 근근이 견뎌낸 민초들이나 적극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삶 속에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정신들이 담겨 있다.

국가에서는 200여 건에 이르는 항일독립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지정 또는 등록해 보존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유산이 우리의 따뜻한 손길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식에 따라 문화재청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숭고한 독립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문화재 지정과 등록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촘촘한 보호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충남 당진의 ‘소난지도 의병총’과 서울에 있는 ‘망우 독립지사 묘역’은 이를 실천해나가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당진 ‘소난지도 의병총’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뱃길을 활용해 바다에서 의병 활동을 하다가 1908년 3월 17일 일본 경찰대와 전투에서 희생된 100여 의병의 유골을 수습해 만든 무덤이다. 지난 6월 1일 이곳에서는 전국 의병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의병장 최구현·정주원·홍원식 등을 비롯해 이름 모를 민초들이 함께 전투를 벌인 역사적 실체를 문화재로 등록하게 된 것은 죄송한 가운데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망우 독립지사 묘역’에는 1919년 3월 종로 보신각에서 조선 13도 대표자 명의로 ‘애원서(哀願書)’라는 글을 낭독하며 독립을 주장해 옥고를 치른 언론인 문일평, 조선국민회(朝鮮國民會)를 비밀 결사해 항일 활동한 애국지사 서광조, 일제 앞잡이를 처단하는 다물단(多勿團)에 가입해 군자금을 모집한 서동일, 상하이(上海)로 망명해 민족운동 기념일마다 재류 한인들에게 격문을 반포하다가 옥고 여독으로 순국한 32세 청년 오기만,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오세창, 의열단원의 폭탄 거사를 돕던 오재영, 안창호 선생 비서로 흥사단원이던 유상규, 일찍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계몽 활동을 펼친 방정환 선생 등 독립운동에 큰 업적을 남긴 8분의 애국지사 묘소가 ‘한용운 선생 묘소’에 이어 문화재로 등록된다.

출범 3개월을 넘긴 새 정부는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를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삼았다. 항일독립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그 뜻을 계승하는 것 또한 국가를 위한 헌신을 기리는 일이다. 항일 독립과 관련된 문화유산은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넘어서 조국의 미래와 시대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평화로운 나라, 자유로운 나라를 꿈꾸었던 선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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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 문화유산은 미래를 보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