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허리띠 조이는 브라질

좌파 13년간 ‘퍼주기’로 공공부채 1098조원 최고
공무원 5000명 줄여 연간 3500억원 절감 안간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정부가 경기침체에 빠진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본격적인 ‘긴축 드라이브’에 나섰다. 테메르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13년간 이어진 좌성향 노동당(PT) 정부의 과도한 복지 정책을 수정하기 위해 공무원 감축, 증세, 연금 개혁 등 긴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테메르 정부는 전임 정권들이 공무원에 대한 연금 혜택·실업급여를 늘리는 등 포퓰리즘 정책들을 무분별하게 시행해, 브라질의 재정 파탄을 불러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2013년부터 이미 브라질 경제는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가는 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라질은 막대한 공공부채로 긴축 정책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의 공공부채는 3조1120억 헤알(약 1097조9447억 원)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공공부채가 3조4500억 헤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테메르 정부는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연금, 노동, 조세 분야 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 감축 조치도 이 같은 긴축 정책의 하나다. 정부는 최소 공무원 5000여 명을 줄여 연간 10억 헤알(3500억 원)을 절감하고, 공무원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 지출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테메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0일 연료세를 현재의 두 배로 인상, 정부지출을 59억 헤알가량 줄이겠다는 긴축 조치도 발표했다. 올해 초 390억 헤알 정부지출 삭감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축소 조치에 나선 것이다. 2주 전엔 연방상원에서 테메르 정부가 마련한 노동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노동법 개정안은 근로자의 노조 회비 의무적 납부 폐지, 노동 관련 소송 요건 강화, 근로자 위주의 근로계약 기준 완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연간 5598억 헤알 상당인 퇴직 공무원 연금지급액도 개혁 대상이다.

지난해 방만한 재정 정책으로 비판받았던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의 브라질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갔다. 하지만 이미 누적된 재정적자와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테메르 정부에서도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PT의 룰라 전 대통령, 호세프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에 연루된 데 이어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을 이끄는 테메르 대통령마저 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긴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다만 IMF는 지난해 브라질 성장률을 0.2%로 예상했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나아진 0.3%로 전망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