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증가는 세계적 현상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최근 3년간 10% 수준에 머물렀으나 조세 공과금 중 국내 납부 비중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인세 과세 표준 2000억 원을 넘는 대기업에 대해 세율을 3%포인트 올리자는 새 정부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해져 한국경제 성장 동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삼성전자의 실적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및 종속회사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정부에 납부한 조세 공과금은 총 8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에 낸 액수가 전체의 67%에 달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는 지난 2014년 53%에서 14%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의 매출 가운데 국내 비중은 최근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5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19%를 냈으며, 미주·유럽에 13%, 기타지역에 1%를 각각 납부했다.

이 같은 한국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증세 압박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투자 감소뿐만 아니라, 세수 확보에도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의 근거가 되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면서 투자를 관망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비 금융계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2064조1120억 원으로 2015년보다 11%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만 법인세 인상에 부딪힐 경우 미래 투자 동력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