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27∼28일 다시 만나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등을 주제로 기업인들과 대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청와대 측이 24일 밝혔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 기업인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文정부 ‘ 증세정책’ 논란

법인 47%는 세금 한푼도 안내
상위 10%가 전체 92%나 부담
근로자 상위1%는 소득세 33%

1:99 편가르는 ‘과세 포퓰리즘’
특정계층만 타깃땐 역효과 우려

‘소득 격차에는 분노하면서 세금 격차에는 침묵하는 나라….’

2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은 47.1%로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금액 상위 1%인 법인이 낸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수의 75.9%에 달하고, 상위 10%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91.7%를 차지한다. 근로소득세도 사정은 비슷하다. 46.8%가 면세자인 가운데 상위 1% 근로소득자가 낸 세금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32.6%, 상위 10%가 낸 세금은 75.9%나 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대상은 초(超)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하며 증세를 공론화했다. 과세 대상을 1대99로 편 가르고, 상위 1%에 ‘초대기업·초고소득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번 세율 인상에 ‘표적 증세’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조세 부담이 특정 계층에만 지나치게 집중되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은 차치하고, 실제 세수 확대에 도움은커녕 해외이전, 투자위축, 국내 일자리 감소, 소비부진 등의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확대되는 복지 비용을 형평성 있게 부담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 재정에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12.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다. 한국보다 비중이 높은 국가는 칠레(23.7%), 뉴질랜드(13.5%)밖에 없다. OECD 평균(2014년 기준)은 8.8%고 미국 8.3%, 독일 4.7% 등 모두 10% 미만이다. 더군다나 OECD 회원국의 절반 이상인 17개 국가가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낮추는 등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조세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고소득 법인과 계층에 편중된 게 사실”이라며 “이미 지난 정부에서 고소득자와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늘린 데다, 너무 소수만 타깃으로 삼을 경우 재원 조달 여력도 크지 않고 법인세의 경우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업 쪼개기’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하청기업도 이익을 내서 법인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