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오전 서울 여의동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당정 협의에서 김동연(왼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민주 “조세 정상화… ‘명예과세’라 부르자”
野 “증세 위장하려는 꼼수”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당정 협의와 최고위원 회의 등을 통해 증세를 위한 분위기 띄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까지 ‘부자 증세’ ‘핀셋 증세’ 등의 표현을 구사해온 여당은 이날 ‘증세’라는 말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조세 정상화’ ‘명예 과세’ ‘사랑 과세’ 등의 표현을 구사했다. 조세 저항과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증세를 증세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세심한 정책설계로 보수정권 시기에 왜곡된 조세형평제도를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주력해야 한다”면서 “법인세 정상화, 초고소득자 증세 등 조세개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과표 구간 5억 원 이상 개인과 2000억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증세가 아닌 조세 정상화 조치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회의에서 증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인 정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당의 협조가 필수”라면서 “당과 긴밀한 협의와 협조를 통해 (경제) 방향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 직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증세가 화두였다.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 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 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 역시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우량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냄으로써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가 오히려 더 클 것이라는 측면에서 법인세의 경우 ‘사랑 과세’가 될 것”이라며 “(소득세는) 초고소득자에 대해 2%포인트 정도를 더 내게 하자는 것인데, 부자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존경 과세’”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네이밍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증세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해가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이 현재는 초고소득자에게 한정되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연장될지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당정은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방안 논의를 위해 오는 27일 ‘세제개편을 위한 당정 협의’를 개최하기로 해 증세를 둘러싼 공방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하·송유근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