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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새 문화 기술 의미
127은 서울의 경도 뜻해
해외팬 겨냥한 작명 유행

아이돌 가수의 그룹명이 다시 한 번 진화하고 있다. 1996년 아이돌 1세대인 H.O.T의 탄생 이후 20여 년간 변화무쌍했는데 요즘엔 철학적·과학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해외 팬을 겨냥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사진)은 영문 약자의 의미를 바꿨다. 지금까지 BTS는 ‘방탄소년단(Bangtansonyeondan)’을 줄인 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 5일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이라는 뜻으로 교체하고 아예 브랜드 아이덴티티(BI)까지 새로 단장했다. 새로운 BTS는 ‘억압과 편견을 막아주는 소년들’이라는 뜻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청춘’이라는 개념을 더한 것. 하지만 무한대로 확장되는 해외 팬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타임지는 “BTS가 빌보드에서 상을 받고, 타임의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 등에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팬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개명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NCT127은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의 약자다. 아이돌 이름이 아니라 무슨 4차 산업혁명의 벤처기업 이름 같다. 새로운 문화기술이라는 뜻답게 개방성과 확장성에 방점을 뒀다는 게 SM 측의 설명. 9명의 국적이 5개국이어서 어느 팀보다 국제적이다. 127은 서울의 경도를 뜻한다.

미국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퓨즈(FUSE) TV는 6일(현지시간) “NCT127이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KCON 2017’ 공연에서 가장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미국에 진출한다면 다음 앨범에는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남성판 ‘아이오아이’라고 할 수 있는 11인조 ‘워너원(Wanna One)’은 시청자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워너원은 지난달 방송된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팀명은 ‘하나가 되길 원하다’는 뜻이지만 세계 정상을 향한 포부가 담겨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데이(DAY)6는 5인조 록밴드다. 데이6는 일주일의 6일째를 전 세계 팬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뜻을 갖고 있다. 또 FNC엔터테인먼트의 SF9은 ‘센세이셔널 필링(Sensational Feeling)’의 약자로, S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소년들을 의미한다.

대체로 보이그룹의 해외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걸그룹 중에는 트와이스(Twice)가 눈에 띈다. 트와이스는 사전적으로는 ‘두 번’이라는 뜻이지만 ‘눈으로 한 번, 귀로 한 번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데뷔 3년 차인 트와이스는 최근 첫 일본 진출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28일 현지에서 발표한 데뷔 앨범이 지난 2일자 오리콘 데일리 차트에서 정상에 올라 활약을 예고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