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오전 서울시가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설치한 천막 41개 동을 철거한 자리에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이미지 크게보기 30일 오전 서울시와 세월호 유가족, 관련 단체들이 새로운 추모공간으로 재정비 방안을 논의 중인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관련 천막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낙중 기자

- 보수단체 “형평성 잃었다” 반발

“세월호 천막 유지 이중잣대
이게 새 정부의 통합정치냐
법치 국가 엄정함 보여줘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불법 설치돼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단체의 천막농성장이 30일 오전 철거됐다. 지난 1월 21일 설치된 지 129일 만이다. 철거 과정에서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보수단체들은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놔두고 서울광장 보수단체 천막만 철거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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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시의 사전 승인 없이 서울광장에 무단 설치한 천막과 텐트 등 41개 동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시 직원, 종로구와 중구의 소방서·보건소 등 관계기관 직원 600여 명과 집행 보조인력 150여 명 등이 동원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 480여 명, 소방차·구급차 13대와 의사·간호사 40여 명도 대기했다.

국민저항본부 측에 미리 행정대집행 사실을 알려 특별한 저항이나 소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는 불법 천막 철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국민저항본부 측이 시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텐트와 천막을 설치했고,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면서 철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며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5조와 12조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4개월 넘게 농성 중인 국민저항본부 측에 지속적으로 자진 철거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국민저항본부 소속 박모(69) 씨는 “세상이 없어져도 지켜야 할 텐트라고 생각했는데 참담한 심정”이라며 “어떻게 새벽에 이럴 수 있느냐”고 격분했다. 정함철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장’은 “세월호 천막촌을 먼저 철거하면 서울광장 애국텐트촌은 즉시 자진 철거한다고 수십 차례 밝혔는데도 강제 철거를 했다”며 “세월호 텐트촌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은 세월호 천막도 철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세월호 천막이나 시청 앞 천막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세월호 천막도 철거해) 법치국가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세월호 천막은 남겨놓고 서울광장 텐트만 철거하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경석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공동대표도 “서울광장 천막만 철거하는 것은 상식을 잃어버린 일”이라며 “광화문광장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서울광장 천막 철거를 대체로 반기는 모습이었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잔디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취사를 하고 발전기도 돌린다고 해 불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불안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현진·윤명진·김수민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