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곳곳 불법점거… 시민공간 침해

여의도 국민은행·한국당 당사
장기 시위 벌이는데 속수무책

30일 서울시가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설치했던 텐트와 천막을 129일 만에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한 것을 계기로 시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천막과 텐트 등 불법 점거시설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인근, 대기업 본사 앞, 대형 관공서 앞 등에 수십 일에서 1년 이상 사실상 점거 농성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을 위해 다수 시민의 보행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 공간을 침범하는 불법 점거시설이 가장 많은 곳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다.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도 지역에만 3곳에서 장기 점거 시위가 계속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앞과 국민은행 앞, 자유한국당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 앞 등이다. 이들 지역에는 지난해부터 1년 이상 사실상 텐트 등을 치고 점거 농성 중이다. 이들은 경찰에 계속 집회 신고를 하고, 매일 형식적이나마 집회를 하면서 시민 공용시설인 도로나 인도를 ‘점거 아닌 점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구청은 이들이 도로를 점거할 경우 도로법 위반으로 철거할 수 있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사실상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단체 중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법 위반으로 행정대집행 등을 할 수 있지만, 이들이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시민의 공용 공간인 인도나 차도 등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쾌적한 보행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본사가 몰린 서울 중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기업 노조가 수시로 본사 앞을 점거해 농성과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집회 신고를 한 합법적 시위라고 하면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대기업 노조가 수시로 본사 앞에 와 집회, 시위, 점거 농성 등을 해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도 보수와 진보로 나뉜 교육 관련 단체의 집회나 점거 농성의 단골 장소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