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업이 만드는 일자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7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찾은 취업 희망자들이 한 협력사 부스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김낙중 기자 sanjoong@

전경련·商議 위축된 상황서
文정부, 경총에 ‘경고성 발언’
재계 관계자 “아무 말도 못해”

일자리 만들기 등 핵심 이슈
‘기업 소통’없인 불가능한 일
不通, 경제위기 단초 될 우려

“(문재인 대통령·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의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한 경고성 발언에 대해) 저는 아무 말 안 합니다.”(경제단체 상근부회장 A 씨) 오랫동안 주요 경제·경영 현안 때마다 재계를 대변해온 A 씨는 기자가 익명 처리를 하겠다며 의견을 거듭 물었으나 “아무 말도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경제단체의 대(對) 정부·정치권 대응 역할과 창구가 새 정부 들어 순식간에 ‘마비’됐다. 주요 경제주체인 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가 국가 정책의 파트너임에도 아예 말문을 닫았다. 정부의 메가톤급 공세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모든 사고의 근원이 ‘단절된 소통’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정부와 기업 간의 경직된 관계는 자칫 국가 경제의 위기상황으로도 연결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대한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는 이미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정경유착 논란’·‘새 정부의 재벌개혁 구호’ 등의 여파에 위상과 역할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경제단체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더는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법정단체인 데다 대·중소기업을 아우르고 있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사정책 파트너인 경총마저 이번 사건으로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어 정부와 경제 단체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 “회원사 견해를 들어보고 있다”고 했다.

당사자인 경총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와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 이번 논란으로 대화 자체가 막히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몸을 한껏 낮췄다. 당장 최저임금을 정하고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만들기도 논의해야 하는 데 걱정이라는 표정이 짙게 배어났다. 경제단체 내부의 깊은 목소리를 들어보면, “언제든지 의견을 달라면서 발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느낄 수 있다.

‘소통 부재’는 언제든 경제 위기 상황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겸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과거 한국 항공기의 착륙 사고 원인 중의 하나가 부기장이 기장에게 직설적인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듯 모든 사고의 근원은 소통 부재에서 발생한다”면서 “소통을 앞세운 신정부가 비판적 의견도 환영하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당부했듯 이견도 내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미래에 닥칠 더 큰 화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범·임정환·박준우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