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
盧는 ‘재벌개혁’ 칼 빼들어
임기 후반 ‘親기업’ 선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 20일도 안 돼 비정규직 문제를 내세워 ‘대기업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역대 정부도 진보, 보수성향을 가리지 않고 출범 초반에 대기업 ‘압박과 회유’를 반복했다.

29일 경제계에 따르면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부터 강력한 재벌개혁과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을 강조했다. 특히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정부 주도로 기업 간 대규모 사업 교환(빅딜)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재계 2위까지 올라갔던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재계 판도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폐지하며 추진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은 순환출자를 통해 더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용도 전환됐고, 임기 말에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비리가 이어졌다.

재벌개혁 필요성을 줄곧 언급했던 노무현 정부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통해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투명·책임경영 강화 등을 노렸다. SK 분식회계 사건을 시작으로 대선 자금 수사,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등이 이어져 재계의 군기를 잡았다. 하지만 성장보다 균형, 분배를 강조하며 수도권 규제 등의 정책으로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임기 후반에는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쳤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 대기업 CEO 출신 대통령답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기업친화 정책을 펼쳤다. 2009년 출총제를 폐지했고,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로 완화하는 등 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재벌개혁으로 선회한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2조 원대의 미소금융, 7000억 원대의 동반성장기금 재원을 기업으로부터 갹출해 거둬들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기업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며 직전 정부와 가까웠던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져 CJ그룹 등의 오너가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에 정부가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정경유착의 패착을 빚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