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文, 트럼프와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이후 첫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통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中) 남북관계
강고한 한미동맹 + 남북대화
투트랙으로 외교방침 세운듯
CIA ‘코리아 임무센터’ 창설
北정권교체 의지까지 반영돼
文, 트럼프 정부와 충돌 우려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도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고하게 유지하면서도 남북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투 트랙의 대미 및 대북 외교방침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앙정보국(CIA)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 정권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별도의 조직을 신설해 한·미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1일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모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전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한 취임사에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정상회담 의지를 보이면서도 “베이징(北京)과 도쿄(東京)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밝힌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안보 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올해 63세의 문재인 대통령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맹신하는 33세의 저돌적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맞닥뜨려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고 급변 사태에 대응하며, 북핵을 폐기해 전쟁 없이 북한을 연착륙시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맡게 됐다. 미국의 초강력 압박·제재 대북봉쇄정책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교류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제3의 길’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4월 초 미·중 정상의 밀약을 통해 합의된 북핵폐기 협력구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제3의 길은 동북아 안보지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관여’를 대북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11일 CIA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특수 조직 ‘코리아 임무 센터(KMC)’를 공식 신설했다고 발표해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CIA는 남미와 중동 등지에서 불량국가 및 테러활동과 관련된 나라들에 대해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정보공작을 펼쳐왔다. 코리아 임무 센터는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공작 활동으로 임무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CIA가 2015년 부서 칸막이를 허무는 임무 센터 10곳을 만든 이후 특정 국가에 집중한 임무 센터를 창설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폐기를 위한 대북봉쇄정책의 강한 의지와 필요할 경우 정권 교체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한미군은 올 10월 북한 급변사태나 김정은 정권교체 등에 대비하기 위해 CIA 한국지부가 대북정보를 관장하는 휴민트(HUMINT·인간정보) 전담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도 북한 핵문제가 위험수위에 왔다고 판단하고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태다. 홍성민 안보네트웍스 대표는 “만일 문재인 정부가 미·중의 북핵폐기 협력구도를 잘 활용해 한·미·중·일 공조로 북핵을 폐기한다면 남북통일에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한 최초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포기 의도가 없는 만큼 핵미사일 실전배치에 필요한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는 “과감하고 급진적 정책 변화를 추구하는 큰 폭의 변화보다 한·미 정상 간 정책 협조를 정밀 조율하는 정교한 수술이 요구된다”며 “지금은 톱 대신 메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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