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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구치소 생활은

연두색 겨울용 수의 갈아입어
3.5평 규모 별채형 독방 수감
접견실·화장실 등 딸려 있어

지정된 시간에 TV시청 가능
1440원 식사에 직접 설거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제 ‘대통령님’이 아닌 ‘수용자 번호’로 불리게 됐다는 의미다. 구치소에 입장하는 순간, 전직 대통령으로서 유일한 예우였던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 지원과 의전도 중단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3시 3분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1시간 40여 분 만인 오전 4시 45분쯤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이후 내부에서 다른 일반 미결수용자들과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았다. 박 전 대통령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제16조 등)상 ‘신입자’로 분류돼, 교도관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확인받은 후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 등을 받았다.

법에 따라 휴대전화 등 소지품은 모두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를 하는 데 사용하던 머리핀까지 제출해야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10층 임시 유치시설에서 구속영장심사 결과를 대기하던 중 오전 3시 5분쯤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화장실로 가서 직접 올림머리를 고정하는 데 사용된 머리핀을 뽑고, 클렌징 제품을 이용해 메이크업을 모두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치소에서 목욕을 한 뒤 여성 미결수에게 제공되는 연두색 겨울용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의 왼쪽 가슴 부분에는 수용자 번호가 새겨져 있다. 신원 확인 절차의 일환으로 ‘박근혜’라는 이름이 새겨진 표를 가슴 높이까지 받쳐 들고 ‘키 측정자’ 옆에 선 채 사진도 찍었다. 이른바 ‘머그샷(mug shot)’으로 불리는 수용기록부 사진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를 받은 뒤, 세면도구와 겹이불·담요·식기세트 등을 받아든 채 자신의 ‘감방’으로 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성수용동에 독거 수용된 상태”라면서 “경호·경비 관련 규정들과 전직 대통령 수용 전례 등을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감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11.57㎡(약 3.5평) 규모로 접견실·화장실 등이 딸린 ‘별채 형식의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6.56㎡(약 1.9평) 크기의 독거실(독방) 수용과 12.01㎡(약 3.6평) 크기의 6인용 혼거실을 단독 사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 수감생활 전례와 보안 문제 등을 고려했다는 전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독방에는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장의 허가에 따라 드라마 등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등은 할 수 있다. 다만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채널만 시청·청취할 수 있다. 매 끼니는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44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가 끝나면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한 뒤 반납하게 된다. 영치금으로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머리핀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