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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대선주자 공약 검증 - ② 4차 산업혁명 화두

문재인 네거티브 규제개혁
안희정 기초학문·SW 투자
선언적 내용… 구체성 부족

안철수 교육·직업체계 개편
유승민 스마트고용 프로젝트
방향 차별화·구체 제안 호평

이재명 투자公…“위험 발상”
심상정 노동단축 영향 고려

주요 대선주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관련해 규제 완화, 고급 인력 육성 등을 통해 이에 대응한다는 정책 목표를 설정했다. 일자리 분야에서도 극심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를 잘 활용해 좋은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하지만 안희정 충남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기계에 의한 인력 대체라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삶의 전반적인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화일보 일자리공약검증 자문교수단은 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선주자 각각의 인식 차이가 존재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수준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자문교수단은 “노동 수요와 관련해 모든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으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 여건과 수요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원적인 차원에서의 일자리 정책도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공급, 즉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데 교육에 대해 실효성 있는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 역시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산업 분야에서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문교수단은 “문 전 대표가 네거티브형 규제 개혁을 강조했는데 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재도전의 발판을 마련해 과감한 도전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달성한다’는 공약 역시 호평을 받았다. 자문교수단은 “이는 매우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이 신용대출제도 개선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이 밖에도 초고속 사물인터넷망 구축·스마트 도로 등 21세기형 뉴딜정책 시행,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립, 중소 제조업 고장의 스마트 공장 지원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안 지사는 기초학문, 소프트웨어(SW) 등 토대 분야에 집중 투자를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자문교수단은 이에 대해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에서 피상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근본적인 대응방식을 고민하는 점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등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 확대와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를 동시에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데 이를 의식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지사 역시 막연하게 기초학문, 소프트웨어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선언만 했을 뿐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뤄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 교육체계와 직업훈련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며 중학교 5년 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각각 2년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자문교수단은 이와 관련,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해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적절한 제시가 있었다”며 “특히 미래 일자리 창출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안 전 대표의 교육체계 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해선 다소 의문을 제기했다. 창업 생태계에서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방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문교수단은 “시장경쟁질서 확립을 통한 민간 주도 투자시장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평했다.

유 의원은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스마트 일자리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가 단기적인 예산을 갖고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제시했다. 자문교수단은 “매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그 정책이 경제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설계하면서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정부의 책임 부분도 인정하는 등 비교적 높은 수준의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창업 생태계 문제의 핵심도 잘 꿰뚫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5년간 최소 50조 원, 최대 100조 원의 선도투자자금을 조성한 뒤 선도투자금융공사를 통해 투자를 선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대한 자문교수단의 평가는 냉혹했다. 자문교수단은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공사가 높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와 창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이 시장이 다른 대선주자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으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일자리에 적합한 인재 양성에 대한 논의는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심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측면을 주목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이는 노동단축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를 생태사회 건설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문교수단은 이에 대해 “녹색산업과 미래성장 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는데 정책 방향성은 높이 살 만하다”며 “그러나 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며 구체성을 좀 더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