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땐 月 100만원·‘10 to 4’ 근무… 재원 대책은 ‘無’

<2부> 대선주자 공약 검증 - ③ 일·가정 양립

지난해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7년 만에 최저치인 1.17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 합계 출산율(2014년 기준 1.68명)과 비교해 보면 ‘바닥’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고령화와 맞물려 생산인구 감소, 소비 부진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는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대선주자들의 문제의식도 같았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100조 원 넘게 쏟아붓고도 효과를 내지 못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며, 육아휴직 및 육아수당 확대, 장시간 근무 해소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제도 확대에 따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문화일보 일자리공약검증 자문교수단은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급여를 높이면 활용도는 높아지겠지만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육아휴직 수당을 증액하면 그만큼 활용하는 여성이 증가해 소요 예산이 추정치보다 커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후보들 모두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 중 하나가 ‘자녀 교육 문제’에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워킹맘’이 아닌 ‘워킹 부모’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나머지 후보들과 인식이 동일하다. 엄마 아빠 모두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면 여성들의 육아 부담이 줄고, 이들이 경력단절로 빠져드는 구조를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장시간 노동 해소다. 문 전 대표는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근무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임금 감소 없이 줄이는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적용 가능한 직군(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부터 제도적으로 정시퇴근 및 주말근무 금지를 시행하고, 중소기업 등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일·가정 양립 기업에는 정부 발주사업 참여 우선권 부여, 행정 편의 제공 등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주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제도 개선보다는 ‘문화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지원보다는 ‘규제’ 방식을 택한다. 안 지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는 많이 갖춰져 있다”며 “문제는 제도를 실제 활용할 수 없는 직장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된 관점으로 자문교수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 지사는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육아휴직 블랙기업 정부지원 배제’를 제안한다”며 “동종 업계의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 고용률 등을 비교해 최소한의 수준 미달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조달, 정책금융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의 구체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노동시간 단축과 육아휴직 확대 등 관련 제도 확대를 주장한다. △노동시간 선택제 △육아휴직 쿼터제(부모가 반반씩 3년) △육아휴직 수당 현실화(상하선 없이 월 100만 원) △가정양육수당·어린이집 보육료 일원화로 가정보육 확대 △공공어린이집 및 직장어린이집 확대 등이다. 경력단절여성 취업 사업이 중복 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무총리실 산하에 ‘여성취업종합지원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공약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시장 역시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육아휴직 확대를 기본으로, 유연근로청구권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하고, 경력단절여성의 취업 활성화를 위해 채용기업에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공약은 ‘여성 고용 환경 개선’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칼퇴근법’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유 의원은 “무리한 집중근로와 상시 초과근로시간을 억제하고 ‘가족 여가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칼퇴근법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법은 독일의 ‘안티스트레스법’, 프랑스의 ‘연결차단권과 초과근로 220시간 준수’, 독일·프랑스의 ‘11시간 연속 휴식’ 규정 등을 두루 살핀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육아시간 확보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의 공약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자문교수단은 “칼퇴근법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이 외에도 △고교 3학년까지 육아휴직 사용범위 확대 △육아휴직 분할 횟수 3회로 확대 △휴직수당 상한선 200만 원 상향 △육아휴직 수당 통상임금 60% 수준으로 개선 등을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가장 강도 높은 개선안을 내놨다. ‘슈퍼우먼 방지법’이 핵심으로 꼽힌다. 부부 출산휴가를 ‘의무’적으로 도입해 부부가 3개월씩은 반드시 육아휴직을 쓰게 하고, 기간도 최대 3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심 대표는 “직장에서 관행화된 장시간 노동, 육아휴직을 둘러싼 ‘눈치 보기’가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칼퇴근하기,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근로시간 유연화, 주말 체육 등산 대회 금지 등을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마저 어렵다면 ‘자동 육아휴직제도’를 법제화해 별도의 신청 없이 출산휴가 이후 곧바로 1년간 육아휴직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특히 중소기업에 ‘돌봄지원 인력센터’를 도입하는 방안도 내놨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